독일할머니와 한국아가씨, 편지로 삶을 주고받다.
구정연휴가 끝나고 강추위가 시작될 무렵 사빈에게 이메일이 왔다. 내가 손글씨로 써서 보낸 편지가 마침내 사빈에게 도착했고 그 편지를 읽고 사빈이 답장을 쓴 것이었다. 메일함을 열자 빼곡한 문장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이렇게 긴 편지를 보내게 되었을까 궁금해하며 번역을 해보았다. 혹시나 놓치거나 이해하지 못한 말이 있을까 싶어서 몇 차례 영어로, 한국어로 그걸 다시 독일어로 또다시 한국어로 확인해가며.
친애하는 Moon,
네 편지가 이제 도착했단다. 번역을 하면서 나도 조금 울고 말았단다. 너의 편지를 통해 지난 몇 달 동안 네가 얼마나 많은 것을 견디고, 감내하며, 처리해야 했는지 다시 한번 분명히 알게 되었어. 네게 닥친 일들은 정말로 너무나 많았고, 지금도 그 여파 속에 있을 거야.
안타깝게도 이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는 우리의 감정적 필요가 종종 뒷전으로 밀리게 돼지.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작동 모드'로 전환되어 매일매일 요구되는 것들에 반응할 수밖에 없거든. 네가 묘사한 것처럼: 장례 문제를 정리하고, 상속 문제와 집 정리를 체계화하고, 가족 문제와 그 외 수많은 일을 해결해야 했잖아. 그런 상황에서는 정말로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어. 내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여러 번의 죽음을 겪었을 때 말이야.
나는 자연이 가진 내적 힘을 정말로 믿는다. 그리고 자연은 우리에게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그저 '잘 작동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해. 우리가 그 극단적인 상황을 잘 넘기도록 말이야. 그런 다음, 점차적으로 우리의 정서적인 사고와 감정이 그 상황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거지. 아마 그렇지 않았으면 너무 버거울 수도 있었을 거야.
네 편지의 번역을 마치고 나서, 네가 나에게 보여준 솔직함과 신뢰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구나. 나는 정말로 감동했어. 나이와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견 없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이렇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는 이 점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느껴.
그리고 네가 나에게 던진 가족, 직업, 사회에서의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질문은 내가 나 자신과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어. 나는 오늘날, 내가 30년 전에는 아마도 다르게 생각했을 많은 것들에 대해 더 비판적으로 보고 있어. 물론 지금은 시간이 더 많아졌고,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얻었으며, 내 생각이 더 명확하고 자유로워졌어. 예전에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기능에 갇혀 있어서 감정적인 부족함이 자리할 여지가 없었어. 네 프로젝트는 내 머릿속에 많은 것을 다시 떠오르게 했고, 나는 그것에 대해 너에게 감사해. 우리의 존재가 참 좋다고 생각해.
한국의 정치적 발전에 대해서는 민주주의가 승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나는 매체를 통해 접하는 모든 소식을 흡수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2월 23일에 새로운 연방정부를 위한 선거가 있어. 안타깝게도 극우 세력이 매우 강해서 걱정이 돼.
WhatsApp으로 몇 장의 사진을 보낼게. 그건 내가 겨울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든 작업들이야. 압착된 꽃잎, 식물의 씨앗, 그리고 자연에서 모은 다른 것들로 만든 콜라주야. 이 콜라주를 생일 같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날에 선물로 주곤 해. Moon, 네 정확한 주소를 다시 한번 보내줄래? 봉투에 적힌 글자와 숫자를 모두 읽을 수가 없었단다.
너를 향한 따뜻한 인사를 전하며, 늘 네 생각을 하는 Sabine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다정한 문장들이 갑작스러운 추위를 녹이는 듯 따스했다. 그녀가 보낸 사진들을 이전 두 번째 주제의 답변들에 함께 삽입해 업로드해 두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답장을 썼다. 어서 빨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다른 이야깃거리를 전해주고 싶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사려 깊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다.
친애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세 번째 주제인 관계에 대한 질문을 독일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와중에 사빈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묘하게도 사빈이 보내준 이야기들이 이제 막 보내려는 질문의 답변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어로, 한국어로 두어 차례 다시 번역을 해보면서 당신의 해준 이야기를 곱씹고 있어요.
사빈의 이야기를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가 정리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사빈이 직접 정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준비해 둔 질문을 보냅니다. 이 질문들에 저에게 보내준 이야기로 정리해 주셔도, 혹은 생각나는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좋아요. 질문들은 저의 이야기도,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있어요. 질문을 모으면서 나도 다른 이들에게도 관계는 늘 중요한 문제이고 때때로 고민과 괴로움을 주는구나 새삼 깨닫고 그 사실에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당신의 편지에도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취약함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그것을 용기 내어 이야기하는 순간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것에서 놓여나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경험을 나와 당신뿐 아니라 우리의 편지를 읽게 될 다른 이들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남은 아빠의 물건이나 엄마의 물건을 보면, 울컥 눈물이 흐르고 이전의 생각들이 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 모든 과정들을 지나왔음에 감사하고 있어요. 저는 가족회의를 통해서 아버지가 사시던 집을 손보고 그곳으로 들어가 집을 돌보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빈 공간을 그대로 둘 수 없어서 제가 살던 곳은 정리하고 그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 집은 1994년에 지어졌고 이제는 31년 차라 생각보다 손볼 곳이 많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최소한만 고치려고 해요.
집 하나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의 일원으로 정치를 지켜보고 참여하는 것은 더욱 지난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나라는 이제 대통령을 기소하고 탄핵으로 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과 결탁했던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나은 길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독일도 역시, 연방정부의 선거가 모두를 위해 더 나은 민주적인 정부로 향하는 길에 이르길 바랍니다.
사빈이 보내준 사진들을 사빈의 편지글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주제의 3개의 답변 속에 삽입해 업로드해 두었습니다. 하나 부탁하고 싶은 건, 사빈이 한창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시기의 사진을 - 직장이든 사빈이 사랑하던 나무들의 모습이든 뭐든 괜찮습니다- 한 장 더 보내주시면, 그 사진도 두 번째 주제의 사진이 없는 답변글에 삽입해서 독자들의 감상에 도움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세 번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늘 건강하고 매일매일 작은 즐거움들 속에서 감사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서울에서, 문성
우리의 세 번째 주제, 관계 - 가족, 대인관계, 사회에서의 관계까지-에 대한 질문들은 나뿐 아니라 다른 이들이 토로한 고민들을 정리한 것이었다.
관계 (가족, 대인관계, 사회적인 관계)
저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당시엔 깨닫지 못했지만, 가장 슬펐습니다. 그 일이 그 순간에도 -이후로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 마음가짐과 삶을 가장 큰 영향을 미쳐온 것 같습니다. 사빈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당신은 어땠나요? 그 이후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지금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혹 어머니에 대해 답하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셔도 좋아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특별한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이 언제였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따금 생각합니다. 친구, 함께 일했던 동료들, 잠깐 여행에서 만난 사이라도, 가까웠던 이들과 헤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는 것을.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을 맞이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나요. 특히 헤어지는 순간 마음을 어떻게 달래나요?
당신이 어려워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 적이 있나요? 무엇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나요? 어떻게 그 상황을 견뎌냈나요? 그것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혹은 당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나요?
정말 미운 사람을 용서한 경험이 있나요. 묻고 싶은 질문이 너무 많은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어요. 화도 나고 속상하고 좌절한 마음도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좌절된 마음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요.
혐오의 말과 구분 짓기가 너무 쉽게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분열된 사회에서 바깥의 사람들을 신뢰하기가 어려워요.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며 살아야 할까요? 어떻게 사랑을 실천하며 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