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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림 Jan 12. 2019

카지노 게임

촌스러운 이름들 1




돼지 두 놈이 꺽꺽 넘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는, 그리고 그 두 놈의 짬밥 냄새가 풍기는 집 마당 한가운데로 가마솥 뚜껑이 내팽개쳐진다. 미움이란 게 사실 엄청난 일로써 쌓이고 쌓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던져진 쇳덩이의 한줄기 쨍- 소리에도 카지노 게임은 눈물을 글썽인다. 오십 년 동안 꾸준히 그 무게를 더해온 눈물방울은 한 번의 눈 깜빡임에도 뺨을 타고 흐른다. 땅거미 지는 인생의 오후에 카지노 게임은 문득 새카만 머리칼의 카지노 게임이 그리워졌다.


먹을 거 없고 입을 거 없던 시절에 카지노 게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감자를 캐서 시장에 파는 일뿐이었는데, 그렇게 감자를 팔고 집으로 돌아오면 막내아들이 마루에서 떨어져 피 맺힌 얼굴로 흙바닥을 기고 있었다. 지금 그 막내아들은 아빠가 되었고, 저기 어디에서 또 그의 막내딸을 먹이려고 공장의 기계를 닦고, 그렇게 낡은 집에 남겨진 늙은 카지노 게임은 울먹이는 얼굴로 허리를 숙이고 가마솥 뚜껑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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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네 아저씨는 보통날에도 왠지 모르게 화가 나 있어서 카지노 게임은 줄곧 시무룩해지기 일쑤다. 자식새끼들이라도 살가우면 좀 좋으련만 다들 저마다의 즐거움이 따로 있어서 그들에게 카지노 게임은 그저, 그저, 그저 엄마 혹은 엄마. 카지노 게임의 이름이 곱게도 불려진 건 12월의 겨울날 밤이다. 카지노 게임네 아저씨가 숨을 멈추던 날, 그날 카지노 게임은 자신의 이름 뒤에 달라붙은 짧은 사랑 고백에 한없이 처연해졌다.


이제는 집 마당에 솥뚜껑이 내던져질 일도 없고 그 귀 찢어지는 소리에 카지노 게임이 눈물 흘릴 일도 없다. 대문이 따로 없는 낡은 집에는 그 집 아저씨의 팔순잔치에서 두 딸과 두 아들 그리고 카지노 게임이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찍은 가족사진이 여전히 한쪽 벽을 지키고 있다. 그 아래에서 카지노 게임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구석에 놓인 전화기를 한참이고 바라본다. 안부 전화 한 통 오지 않는 자식들 원망이라도 해보려다가 다시 새우처럼 굽어 눕는다.


그리워할 것이라고는 동네 부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던 아저씨의 목소리밖에 없는가 슬퍼지려다가 그래도 하나 또렷하게 기억나는, 사랑한다고 말하던 마지막 인사에 카지노 게임은 작게 웃는다. 한껏 헛헛해진 마음으로 이불을 코밑까지 끌어올린다. 저 멀리 막내아들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전화벨이 울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카지노 게임은 그냥 이불속으로 머리끝까지 숨겨 넣는다. 누군가 카지노 게임,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 윤혜림(@hyerim___yoon)
사진. 안진현(@gaek_pick / momentprojec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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