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소설집 <파종
슬초브런치 3기 함께 독서하는 서서모임에서 <오후의 글쓰기, <무라카미하루키의 잡문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이건 다만사랑의 습관 시집까지 읽었고 6번째 책으로 최은영 소설집의 <아주 희미한 빛이라도 독서를 완독 했어요.
책 속에서 단편인 파종은 고등학생인 2학년 소리와 드라마 작가이자 엄마와 삼촌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우리는 작은 텃밭을 함께 가꿨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글을 그 문장으로 시작했다.
이 주일 전, 소리는 그녀에게 학교를 관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소리는 망설이다가 아니야, 엄마, 그렇게 답하고 자리를 떴다. 소리가 더는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도 다시 그 주제를 꺼내기가 어려웠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이가 학교를 관두고 싶어 할 만한 상황을 가정할 때마다 그녀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던 중에 무료 카지노 게임의 담임교사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담임교사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신중한 아이여서 자퇴하고 싶다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봐왔다고 덧붙이면서. 그녀는 교사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가 학교를 관두려는 이유를 알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쉬고 싶다고 해요."
"지쳤대요. 자기가 이십사 시간 내내 돌아가는 컴퓨터 같다고, 잠시 전원을 꺼두고 싶다고요."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르는 동안 둘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놓였다.
"관두기로 마음을 정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아이 마음이 그렇다는 건 어머니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네."
교사의 말대로 그녀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으니까.
면담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교사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에 대해 쓴 글을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번 교지 공모에 낸 거예요."
"보지 말라고 해서......"
"여기 한 권 있는데 드릴게요."
교사가 책꽂이에서 교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속이 깊은 아이예요."
교사와 헤어지고 나서 그녀는 차 안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의 글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글에 빨려 들어갔고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와 그녀와 함께 텃밭을 가꾸던 시절에 관해 썼다. 셋이 같이 텃밭에 가서 일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새참도 먹은 이야기를 했다.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의 기억이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 이후 더는 텃밭에 가지 않게 된 일에 대해서도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소리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고작 오 년 전의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그때의 일을 꼭 꿈처럼 느낄 시기였다. 하지만 소리는 그와 함께 텃밭을 가꾸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붙들고 있었다. 자신의 언어로 그 작은 순간들을 복원했다.
소리는 언제부터인가 더는 그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엄마인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소리의 모른 척이 침묵이 좋았다. 자꾸만 과거를 되돌아보고 싶지 않았고, 슬픔과 괴로움 속에서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밖에서 어떤 일이 있든지 집에 돌아와서 그에게 말했고, 그가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봐주면 마음이 놓였다. 다른 말을 필요가 없었다.
'삼촌은 나를 귀여워해서 자주 웃어줬다.'
그녀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그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마지막으로 그의 웃는 얼굴을 봤던 때가 언제였는지 떠올려봤지만 잘 기억나지 않았다.
소리에게 삼촌의 존재란 아이를 항상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아이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들어주고 포용력이 넓고 부모 이상으로 크게 다가온 버팀목 같은 존재 같아요.
p.188
"민주야, 나 좀 도와줘."
처음에는 그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녀와 무료 카지노 게임를 데리고 텃밭으로 갔다. 남편과 이혼하고 다섯 살짜리 무료 카지노 게임와 함께 그의 집으로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잠시만 신세를 지겠다고 말했을 때, 그는 언제까지고 그곳에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어렸을 때처럼 장을 봐와서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고 찌개를 끓여 그녀와 무료 카지노 게임를 먹였다.
어째서 남편과 헤어졌는지,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
소리는 힘이 들고 지칠 때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고 적었다. 삼촌과 그 작은 밭에서 작물을 키우고 수확했을 때 느꼈던 재미, 함께 주고받았던 말들, 흙과 풀냄새..... 하지만 그런 기억이 하루하루 옅어지고 흩어져 이제는 삼촌의 목소리조차 떠올릴 수 없게 됐다고 썼다. 애써서 삼촌의 목소리를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슬펐다고. 소리는 기억이 더 흐리기 전에 글을 써서 남겨놓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고 쓰기도 했다.
p.193
무료 카지노 게임가 여덟 살 때의 일이었다. 밭을 매다 잠시 자리를 비운 그가 바닥에 호미를 두고 간 것이 문제였다. 하필이면 호미의 뾰족한 부분이 위쪽을 향해있었고, 그 위로 무료 카지노 게임가 넘어졌다. 아이는 크게 무료 카지노 게임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서 멍하니 정강이를 바라봤다. 그녀가 다가와서야 무료 카지노 게임는 엄마의 놀란 얼굴에 겁을 먹고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턱대도 무료 카지노 게임를 업고서 달렸다. 차 트렁크를 뒤지던 그가 그런 그녀를 보고 사색이 됐다.
"가장 가까운 응급실이 어디야?"
그가 무료 카지노 게임의 상태를 살피려고 다가왔다.
"응급실 어디냐고."
그녀가 차 뒷자리에 올라탔고 피가 멈추지 않았다. 그가 운전석에 타서 시동을 걸고 운전을 했다. 그녀는 휴지를 뽑아 상처를 지혈을 하며 말했다.
"얘가 있는 호미를 그렇게 두면 어쩌자는 거야."
그녀는 후회할 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미안해."
"애 흉이라도 생기면 어떡할 거 냐고 제정신이야?"
그러자 무료 카지노 게임가 그녀를 바라봤다. 그만해 무료 카지노 게임는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p.200~201
그녀는 그에게 받은 것이 많았다. 그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을 여전히 끝내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는 그녀의 선택을 믿고 지지했고 소리의 육아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서른이 넘은 그녀에게 작가의 꿈을 버리지 말라고 부탁하듯 얘기했다. 소리를 유치원에 보내고 난 뒤 습작을 할 때 그는 그녀에게 그 어떤 집안일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시간을 아껴 글을 써. 너부터 생각해.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했다.
입원 후, 그는 의사에게 직접 자기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잘 해낼 거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서 그녀는 집념을 읽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래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오빠가 미웠던 거 같아."
그녀는 병상에 누워있는 그에게 말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말해달라는 것이 두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그래. 밉고 꼴보고 싫어."
"그래..."
"오빤 늘 그랬지. 언제나 내편이라고 날 도울 거라고.."
"미안해."
"민주야."
"응"
"너 힘든 거, 나줘... 가지고 갈게."
그는 그녀의 마음이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자기 손위에 그녀의 이야기를 올려달라는 듯이.
오빠는(무료 카지노 게임에게는 삼촌) 민주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람이나 상황을 받아들이고 온 진심을 다해서 하는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빤 민주에게 어떤 집안일도 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꿈만 생각하고 나아가길 원한다고 응원하고 노력해 주고 항상 해바라기 같은 사랑처럼 느껴져서 감탄했고 곧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에도 "너 힘든 거 나줘" 가지고 갈게 하면서 책임감을 떠안으려는 노력을 보여 안타깝고 애잔했어요.
p.208
"생각나? 너네 삼촌이 항상 물어봤었잖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하자 갑자기 목이 메었다.
"소리야 뭐 하고 싶어? 네가 아무거나,라고 답하면....."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을 꼭 감았다.
"아무거나는 답이 아니야, 그랬지."
p.209~210
그들은 하루 날을 잡아 밭을 고르고 이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일하던 모습과, 농사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그림으로까지 남긴 그의 노트를 참고했다. 이랑을 다 만들고 나서 그녀는 가져온 순무 씨앗을 꺼냈다.
"손바닥 내밀어봐."
그녀는 순무씨앗을 무료 카지노 게임의 손바닥 위에 쏟아놓았다. 둘은 한참 동안 아주 작은 구슬처럼 생긴 씨앗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을 끝마치고 그늘에 쪼그리고 앉아 밭을 바라봤다.
"정말 무가 자랄까?"
무료 카지노 게임가 물었다. 그 말 앞에 '삼촌이 없는데도'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는 걸 그녀는 알았다.
"자라지 않을까? 잘 돌봐주면."
"그렇겠지?"
"응"
그녀는 그렇게 답하고 습관처럼 무료 카지노 게임의 정강이에 시선을 뒀다. 그 시선을 눈치챈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말했다.
"키가 자라니까 길어지면서 흉이 옅어졌어."
무료 카지노 게임가 검지로 다리의 흉터를 만졌다.
"그때 기억나?"
"응."
"많이 아팠지?"
"그럼 엄청 아팠지." "그때 삼촌이 막....."
소리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그녀는 바라봤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않느냐는 표정이었다.
"근데 난 이게.....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가 곧추세운 제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시원한 바람이 무료 카지노 게임와 그녀에게 불어왔다.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바라지 않아도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푸른 무청이 가득한 텃밭을 그리면서. 그곳으로 찾아올 햇볕과 비와 바람과 작을 벌레들을 기다리면서.
파종은 곡식이나 채소 따위를 키우기 위하여 논밭에 씨를 뿌리는 거예요.
소리와 엄마(동시에 민주), 오빠(삼촌)에게 파종은 어떤 의미일까 곱씹어 보았어요. 세 사람에게 파종은 어떤 어려움이나 역경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고 셋이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함께 행복감을 경험하고 소중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어요.
최은영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 갖고관련 기사나 자료를 읽고 연관 지어서글을 쓰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가진 깊은 곳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진실함이 묻어난 글도 써야겠구나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책 내용이 탄탄해서 몰입감이 커서 책 읽는 내내 좋았고 필사하는 시간도 저에게 소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