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풀 고초카지노 가입 쿠폰와 향신료 고추
절기로는 우수가 지나 봄이 멀지 않았지만 날씨가 차가웠던 지난 2월 19일 나는 홀로 인사동 일대를 산책했다. 며칠 인사동에 있는 모 호텔에 머물게 되면서, 시내 여기 저기를 한가롭게 구경하는 중이었다. 안국역 근처에는 시위하는 일군의 사람들과 경찰버스가 곳곳에 있었지만 탄핵 심판 변론이 진행되는 날은 아니어서인지 거리에 긴장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운현궁을 아직 제대로 관람한 적이 없다는 생각에, 발길을 운현궁으로 돌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단체 관광객 한 팀이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외에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나는 고종이 등극하기 전 살았던 곳이자 흥선대원군의 사저였던 운현궁의 조경수에 관심이 커서, 나무 사진을 찍으면서 관람했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노안당 앞 느티나무 고목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터전을 잡은 느티나무는 사방으로 가지를 마음껏 뻗어 수형이 멋있었다. 좌측 유물전시관 앞에는 호도나무 고목이 아직 열매 몇 개를 달고 있었다. 정원에는 주로 모란, 대, 소나무, 화살나무, 영산홍, 명자꽃 류가 있었고 뒤뜰에는 대나무, 회화나무, 자귀나무, 은행나무 등이 보였다. 특히 놀랐던 것은 곳곳에 멋진 수형으로 자리잡은 매실나무, 매화였다. 조선시대 고가 정원의 매화 배치의 전형을 보는 듯 해서, 한창 부풀어오른 꽃눈들을 매달고 있는 매실나무 아래에서 한동안 서성였다. 한옥 처마 밑에 홍매, 백매가 만발한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얼마나 운치 있을까?
홀로 운현궁 관람을 마치고 유물전시관으로 들어갔다. 전시관에 전시한 것들 중에 “통조수지에 나타난 운현궁 구입 물품” 설명이 있었다. 소금, 식초, 기와, 왕골자리, 무, 쌀, 배추, 약초 등등이 있었는데 “마른 풀”도 있었다. 땔감이나 소나 말먹이로 마른 풀을 쓸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며 마른풀의 한자어를 보니 카지노 가입 쿠폰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땔감은 ‘시목柴木’이라는 별도의 구입물품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괴로울 고(苦)’의 카지노 가입 쿠폰라면 ‘고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마른 풀’이라면 당연히 '괴로울 고(苦)'의 고초苦草가 아니라 '마를 고(枯)'의 고초枯草가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마른 풀'은 건초乾草로도 쓰는데 구태여 고초苦草라고 쓰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지연張志淵(1864~1921)의 <소채재배전서(1909)에서는 “번초蕃椒. 속명俗名 (고쵸)니 일명一名 랄가辣茄라. 남방에서 나와서 지금부터 3백년 전 경에 일본으로부터 그 씨앗을 얻어 왔다.”**라고 하여, 고추(Capsicum annuum)를 구한말 당시에 ‘고쵸’로 불렀음을 적고 있다. 1920년 조선총독부 간행 <조선어사전에서는 “고(苦)추 (名) (植) 「苦草」(고초)の轉. 고추ㅅ가루 (名) 唐辛の粉.”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본어 ‘唐辛子(トウガラシ)’는 고추(C. annuum)을 뜻한다. 즉 <조선어사전은 ‘고추’는 한자어 ‘고초苦草’의 발음이 바뀐 것인데, 이는 곧 고추(C. annuum)임을 말해주고 있다. 1932년간 <토명대조선만식물자휘에서도 C. annuum의 조선명을 “당초唐椒, 번초蕃椒, 거초苦草, 고추”를 적고 있다. <조선어사전은 우리 근대사의 불행한 시기인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사전이고, <선만식물자휘는 일본인 학자가 정리한 자료라는 배경과 한계는 있지만, 이 기록이 거짓은 아닐 터이다. 정태현 등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 고추(C. annuum)의 향명을 ‘고초 (당추)’, 한자명을 ‘蕃椒’로 기재했다.
위와 같은 20세기 초반의 문헌을 통해 1890년 경 작성된 운현궁의 통조수지에 나오는 카지노 가입 쿠폰가 ‘마른 풀’이 아니라 ‘고추’일 것이라고 추정해보았다. 혹시 운현궁 관계자가 이 글을 접할 기회가 있으면, 유물박물관의 해설을 재검토했으면 한다.
벌써 오래 전, 선친께서 산골 비탈밭에 고추 농사를 지으신 후 장사꾼에게 팔고 나면 작은 노트에 한자로 ‘카지노 가입 쿠폰 몇 근 운운’으로 기록하시곤 하시던 모습도 떠올랐다. 고추농사는 글자 그대로 괴롭고 힘든 농사였다. 고추 모종을 내고, 약을 치고, 고추를 따서 말리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힘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린시절 부모님 농사를 도우면서 빨갛게 익은 고추를 엎드려서 골라 딸 때 힘들었던 추억도 떠올랐다. 고추 말리기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고추를 쪄서 말리는 기계가 도입되기 전에는 순전히 햇볕에 의존하여 말렸는데 그 과정은 지난했다. 우선 마당에 멍석을 깔고 딴 고추를 널어놓는다. 빠알간 고추들이 햇살에 반짝이면서 조금씩 말라가는 모습은 아름답기조차 하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기미라도 보일라치면 밭에 있다가도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가 고추를 걷어야 했다. 고추농사가 이렇게 힘들긴 해도 산골에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환금성 좋은 작물이라 짓지 않을 수도 없었다. 고초카지노 가입 쿠폰를 재배하는 괴로움이 목돈이라는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을 위해 온 식구가 고추농사에 매달리는 셈이다. <끝
* 統照須知, https://museum.seoul.go.kr/www/relic/RelicView.do?mcsjgbnc=PS01003026003&mcseqno1=000868&mcseqno2=00000&cdLanguage=KOR#layer_exhibit
** 번초蕃椒. 俗名 (고쵸)니 一名辣茄라 出於南方하야 距今三百年頃에 自日本으로 得其種來하니라. - 張志淵, 蔬菜栽培全書, 1909
+카지노 가입 쿠폰 (2024.8.2 양양)
++(주석1) 2025.3.13 - 페친이신 노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으시고 서울시 등에 '카지노 가입 쿠폰 풀'을 '고추'로 고쳐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하셨다. 오늘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유산활용과로부터, 다음과 같은 처리결과(답변내용)를 받으셨다. "안녕하세요. 귀하의 제안 내용은 유물전시관 전시내용의 오기를 정정요청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귀하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운현궁 구입물품 목록의 출처인 ‘통조수지’ 유물 원문을 확인한 결과, ‘카지노 가입 쿠폰’ 기록을 확인하였으며, ‘마른 풀’로 잘못 풀이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귀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카지노 가입 쿠폰는 ‘마른 풀’이 아닌 ‘고추’의 옛말로, ‘마른 풀’을 즉시 ‘고추’로 수정하였음을 안내드립니다.". 오류를 바로잡아주신 노선생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