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밖이 하얀 세상이다.
텃밭을 향해 눈이 소복이 쌓인 농로를 같이 걸어 들어가던 남편이 말했다. 발자국이 나있지 않은 걸 보니 농장 이웃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나보다고.
들어가는 중간에 고양이 발자국이 작은 꽃무늬처럼 박혀있었다. 나는 고양이 발자국이 귀엽다고 말했다.
농장에 도착해 한기에 몸을 떨며 농막 안 난로에 불부터 피운 남편이 일을 시작무료 카지노 게임. 봄 농사 준비는 겨울에 해둬야 하니까.
그는 뽑아두었던 고추지지대에 묻어있는 흙을 납작한 연장으로 밀어 털어내고 깨끗해진 지지대를 몇 개씩 모아 끈으로 묶어 한 옆에 세워두었다. 오는 봄에 고추 모종을 심고 나서 모종들 몸 기댈 수 있도록 다시 옆에 세워줄 것이다.
농막에 훈기가 가득 찰 무렵 양연 씨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그녀는 집에서 내려다보니 굴뚝에 연기가 올라와서 차 마시러 나왔다고 말했다. 고양이, 우리 부부에 이어 눈길에 세 번째 발자국을 내고 온 양연 씨의 손에 모닝 빵이 들려있었다.
나는 커피 물을 끓였다.
커피에 빵을 적셔 먹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유리문 너머에서 김 여사가 내가 부탁해두었던 여러 병의 들기름이 담긴 상자를 들고 서있었다. 지난 가을에 넘어지면서 다친 손가락 회복이 아직 덜 된 그녀가.
나는 놀라며 일어나 미닫이 유리문을 열고 기름 상자를 받았다. 그녀 역시 우리 텃밭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고 집에서 나왔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
그녀도 빵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오른손잡이인 그녀가 자신의 다친 손가락이 왼쪽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불편하긴 해도 오른 손으로 별 거 다 한다고, 딸에게 갖다 줄 반찬도 한 손으로 만들었다고 말무료 카지노 게임.
아직도 부어있는 왼쪽 손가락에게 오른손으로 살살 쓸어주며 자주 말해준단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저쪽에 두었던 몇 알의 사과가 생각나 꺼내왔다. 과일 껍질을 곱게 벗기지 못하는 나는 김 여사가 한 쪽 손을 못 쓰니 불편한 점이 많다. 과일 껍질을 얇게 잘 깎는 그녀에 비해 나는 너무 두껍게 깎는데 과육이 껍질에 많이 붙어 나와도 어쩔 수 없이 깎아야 한다. 양연 씨 실력도 나와 같으니.
창 너머로 바깥 눈 풍경을 보며 지난 폭설 땐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나무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카드 그림처럼 예쁘더라고 내가 말하자 양연 씨가 내 말을 받았다.
“나무들이 사람들한테 인정머리 없다고 말하겠어요.”
“왜요?”
“나무들은 눈을 머리에 이고 지고 무거워 죽겠는데 사람들은 예쁘다며 좋아한다구요,”
우리는 모두 웃었다.
말이 빠른 그녀의 마음은 저 눈처럼 희다.
사람다움의 척도는 생명에 대한 연민의 깊이일 것이다.
언젠가, 두 나무 사이에서 엉긴 거미줄에 작은 새 한 마리가 걸려 있었다. 김 여사가 혀를 차며 살며시 다가가 미동 없는 새를 손으로 잡자 새가 파닥였을 때 그녀가 말무료 카지노 게임. “살아 있구나, 가만히 있어봐 이거 떼어줄게 괜찮아 괜찮아, 이걸 떼어 내야 네가 날 수 있어.” 하며 새 몸에 붙어있는 거미줄을 찬찬히 떼 내 주었다. 그리고 새를 손에서 놓아주니 새는 날개를 펴고 멀리 날아갔다. 그녀가 활짝 웃으며 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라는 덕담과 함께.
그때 나는 그녀에게서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을 보았었다.
삶에 속도전은 부질없다. 오르기 버거울 저 위에 둔 목표 또한 부질없다. 눈앞에 와있는 일이나 처리하며 천천히 걸어가면 될 일이다.
나의 목표는 지금 건강한 콩을 가려내는 일이다. 그 일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빨리 끝낸다면 고마운 삶일 테고.
검불과, 상태가 좋지 않은 콩이 섞여있는 쥐눈이콩을 탁자 위에 살살 쏟아놓았다. 일손이 모여 있을 때 어서 마무리하고 싶어서.
그들의 손이 자연스럽게 콩으로 가더니 건강한 콩만 골라 그릇에 담았다.
콩 한 알 심으면 200알이 나온다고 한 손으로 콩을 고르던 김 여사가 말무료 카지노 게임.
그렇게 많이 나오느냐고 놀라며, 콩이 많이 달리긴 해도 그 정도인줄은 몰랐다고 나와 양연씨가 말무료 카지노 게임.
그러자 김여사가 말무료 카지노 게임. 콩이 이렇게 말하더라고. ‘이렇게 도와줘도 못 사냐?’
우린 또 웃었다.
검불이나 상태가 안 좋은 콩은 키질로 날리는 게 제일 빠르다고 김 여사가 일러주자, 다음 오일장에 나가서 키를 사야겠다고 내가 말했다.
필요하든 안하든 사들이는 걸 싫어하는 남편이 난로 저 편에 앉아서 여전히 고춧대에 묻어있는 흙을 연장으로 갈아내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한 소리 무료 카지노 게임. 키질도 할 줄 모르면서 뭘 또 사냐고.
그녀들은 키질이야 잠깐만 배우면 된다고 하며 내 편을 들어주었다.
손을 모으니 콩 고르기가 빨리 끝이 났다.
눈 앞에서 알짱대던 일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불시에 방문하는 이웃들과 같이 먹기 위해 준비해둔 컵 쌀국수를 꺼내 끓는 물을 부었다.
쌀국수 뚜껑 위에 플라스틱 반찬 뚜껑을 하나 더 얹어놓은 그들이 남편을 불렀다. 같이 먹자고.
김 여사는 살림의 지혜도 많다. 김장할 때 절인 김장배추를 마지막에 씻고 나서 배추를 담아놓은 채반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동치미에 섞으면 배추도 넣은 것처럼 달고 맛있단다. 나는 그럼 무만 넣고도 배추 맛까지 나는 동치미를 만들 수 있겠다며 신기해무료 카지노 게임.
사과를 식전에 먹은 걸 후회무료 카지노 게임. 식후인 지금 내놓으면 더 좋았을 것을.
농막은 휴대폰 수업 교실이 됐다.
처음 들이는 습관이 무섭다고, 애초부터 문자를 자판으로 익히지 않고 전자 펜으로 화면에 써서 보내기로 배워 시작해 지금껏 그렇게 하고 있는 김 여사에게 양연 씨가 자판을 터치하며 익히라고 말무료 카지노 게임.
휴대폰을 잘 다루는 그녀가 쇼핑해서 주문하는 법을 김 여사에게 일러주었다. 자기는 봐도 잘 못하겠다고 하며 김 여사는 양연 씨에게 부탁해 겨울옷과 털모자를 주문무료 카지노 게임.
양연 씨가 주문을 끝내주고 김 여사에게 주민 센터에 가서 수업 받으면 휴대폰을 잘 다룰 수 있다며 그 수업을 권무료 카지노 게임.
얼굴 도장도 찍고 점심도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가봐야겠다며 그들이 일어섰다.
받는 마음도 기쁘지만 주는 마음은 더 신이 난다.
보관해두었던 청국장 몇 덩어리를 비닐봉지에 담아 그들 손에 들려주자
그들이 깜짝 기뻐무료 카지노 게임.
나도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발자국을 내며 나온 이 눈길로 그들은 다시 돌아갈 것이다.
며칠만 있으면 난로에 불을 피워 우리가 이곳에 와 있음을 또 알릴 테고, 굴뚝의 연기가 그들을 또 부를지라도 지금 헤어짐은 아쉽다.
추우니 어서들 가시라고 나는 채근했고 그들은 나에게 추우니 어여 들어가라고, 또 보자고 말하곤 등을 보이며 걸어갔다.
저만치 가는 그들에게 내가 소리쳤다.
“메리무료 카지노 게임!”
그들이 청국장이 든 봉지를 위로 들어 흔들며 화답무료 카지노 게임.
"메리 무료 카지노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