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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Feb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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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딱 보면 안다는 말이 있다. 얼핏 들으면 경험 많은 어른들의 오만한 단정처럼 들린다. 실제로 내가 살면서 들어온 '딱 보면 안다'는 말의 정체는, 동네 어른들의 얄팍한 경험에서 나온 허세였다.


작은 농협에서 일할 때였다. 한 선배가 손님의 옷차림만 보고도 자산이 보인다며 호언장담했다. 놀랍게도 그는 여러 번 적중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나도 손님의 자산 수준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신통력'은 우리 점포 안에서만 통했다. 매일 같은 손님들이 오가는 곳이었으니까. 내게 생긴 건 '딱 보는 능력'이 아닌, 익숙한 손님을 기억하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착각을 안고 국회에 왔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누가 사기꾼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 믿음은 금세 무너졌다. 그래도 나는 '딱 보는 능력'을 키우려 부지런히 관찰했다. 그 결과로 얻은 건 '사기꾼들은 흰 바지를 즐겨 입는다'는, 우스꽝스러운 결론뿐이었다.


살다 보면 많은 순간에서 '딱 보고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볼 때도, 일을 할 때도, 사업을 할 때도 그렇다. 하지만 경험적 판단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수많은 전문가들은 경제든, 정치든, 정책이든 딱 보면 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이 늘 옳았는가? 수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유력 정치인들조차 사기꾼의 말에 휘둘리지 않던가. 과연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일까?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것만이 정답일까?


아니다. 이들에겐 '더듬이'가 없다. 내가 착각했던 것도 더듬이가 없어서다. 내가 진정으로 되고 싶었던 사람, 그리고 지금도 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이 더듬이를 가진 '딱 보면 아는 사람'이다.


'딱 보면 아는 사람'이 되려면 사람 자체를 보는 것을 넘어, 사람이 그리는 삶의 무늬를 읽어내야 한다. 남은 세월 동안 이 더듬이를 크게 키워보자. 탐욕스러운 독서와 깊은 사색으로 나의 더듬이를 예민한 왕더듬이로 만들어보자.


더듬이가 예민해질수록 보이는 것이 많아진다. 누군가의 고통이, 또 다른 이의 절망이 보인다. 권력자의 위선과 약자의 눈물도 보인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세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더듬이는 관찰하는 도구일 뿐, 변화를 만드는 건 오직 행동이다.


혼자 더듬이를 휘두른다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예민한 더듬이를 가져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더듬이를 뻗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내 더듬이를 키우는 동시에, 다른 이들의 더듬이도 자랄 수 있도록 양분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길러낸 유난스러운 더듬이로 감각과 통찰이 살아 있는 ‘딱 보면 아는 사람’이 되어보자. 그리하여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고, 다 같이 건너가며 새 시대를 여는 사람이 되어보자.



*위 글은기본학교 과정에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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