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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Mar 24. 2025

딱 기다려 네덜란드 2탄

31. 최고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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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공원 근처 쌍둥이 초가집


양쪽에 심은 나무까지 같은 걸 보니 아버지가 정성껏 지어 두 자식에게 준 것 같다. 아버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했을 테고 받는 아들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딸네 차 트렁크에 고급스러운 장바구니가 있다. 어디서샀느냐니까 쌍둥이 집 근처마트라고 했다.우리나라에는흔하지 않은마직물로 만든 거라꼭 사고 싶었다. 나도 쓰고여동생과 캘리작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서다.


영어가 안 되고

안 되는 영어보다

더 심각한 문제소심함

마트 장보기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먼저 장바구니 가격부터 확인했다. 부담스럽지 않았다. 꼼꼼하게 네 개를 골랐다. 딸이 좋아하는 과자와 우유, 호박과 함께 계산대에 올려놓고 카드를 내밀었다.


직원이 금방 카드를 돌려주며 왜 계산할 수 없는지 길게 길게 설명했다. 모르긴 해도 마트카운터와 카드가 연동이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관리직원이 친절하게 다가왔다. 물건을 확인한 그는여러 대의 기기 중 한 개앞으로 데리고 가카드를 넣으라고 했다. 그는 버튼 세 개를 연속으로 누르더니 뒤돌아서며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했다. 비밀번호를 눌렀다.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소리가 났다. 야호!계산이 됐나 보았다.


기쁨은 잠시. 직원이얼마를 찾을 거냐고 물었다. 그 건 현금지급기였던 것이다. 물건 값은 약 21유로. 30유로 찾으면 9유로가 남는다. 며칠뒤 한국으로 가면 네덜란드 돈은 휴지나 다름없다.나는 단호하게 현금은 찾지 않겠다고 했다.그러고는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반복하며 마트를 나왔다.


터덜터덜 공원 반쯤 왔을 때 번개 같은생각이 스쳤다.돈이 남으면 작은손녀 주면 되잖아!


신나게마트로 달려가 관리직원에게 현금을 찾겠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얼마를 원하느냐기에 30유로라고 했다. 그런데 웬 걸. 마지막 단계에서 캔슬이 났다. 직원은이 카드로는 현금도 찾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는 길에교회 맥주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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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교회를 맛있는 맥주 양조장으로 개조한 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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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맥주 입구


작년에 이 카드로 캔맥주를 샀으니 여긴 틀림없다.짧은 영어로 캔 맥주를사고 싶다고했다.여직원이 없다고 단칼에 잘랐다. 순간 절망했다. 그때내 눈에 벽면 높은 곳에 좌악 진열된 병맥주가 보였다. 저거라도달라고 하니까 귀찮은 듯저건 캔맥주가 아니라고 계속노노만 외쳤다.


나는 그녀를 제쳐두고 카운터에 있는 남자 직원한테 가서 저 병맥주를 사겠다고 했다. 친절한 남자 직원은 금방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져왔다. 많이 사고 싶었지만 집에 도착하기까지 무거운 가방과 씨름할게 겁나서네 병 들이 한 상자만 샀다.


사위와 글짓기 스승님한테 두 병씩선물할 것이다. 교회 맥주라고 환호할 사위 모습이 떠올라 흐뭇했다.


기막히게 예쁜맥주 포장


맥주를 사들고 흥겨운 기분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던 딸이 마주 나오며 말했다.


"엄마 어디 갔다 와? 우리 산책 가자!"


산책을 싫어하는 딸이 세 번째로 앞장선 것이다. 감지덕지 황송할 지경이었다.



"딸. 저 연립주택 반대쪽이 호수잖아. 전망 한 번 끝내주겠다."

"저건 주택이 아니라 암스텔베인 시청 건물이야!"


시청사가 저렇게 낮고 옆으로 길 수 있다니?

낯설고 기이한 이 느낌은 뭐지?


멀리 보이는 하얀 배 모양의 펍


주말이 되면 쿵쿵 음악소리가 울리고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맞은편에서 본 시청사 전경


여태까지 주택인 줄 알고 볼 때마다 기막히게 잘 지었다고 감탄했었다.


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강아지와 자전거 출입이 금지된 새 보호 구역 호숫가를 걸었다. 앓던 중인 딸은 힘겨웠을 텐데 철부지 엄마인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다.


띄엄띄엄 학생들이 호숫가를 따라 달리기를 하고선생님은 호숫가 중간 지점에서기다리다방향을 지시하고 있었다. 딸이 작은손녀 학교 선생님이라며반갑게 다가가인사를 했다. 나도 웃으며 경의를 표했다.


딸과 나는 한창 사춘기인 작은손녀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그때였다.

작은손녀가 친구와 달려오는 게 아닌가?

산책길에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절친!

반가워서 손을 휘저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작은손녀는 활짝 웃으며 달리던 속도 그대로 지나쳤다.


길 끝 공터에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름길로 달려 도착한 작은손녀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수선을 떨었더니싫다고 단칼에 잘랐다.


수련이 핀 교회 옆을 지나 숲길로 접어들었다.


한 군데난코스


거의 매일 여우비가 내려 이 구간은 언제나 이렇다.딸 뒤를 따라 흔들거리는나뭇가지를 요리조리 밟으며건너는 재미가 쏠쏠했다.


딸과 함께 한교회 포인트 4


혼자보았을 때 텅 빈 충만이었다면

딸과 같이 보니까은혜와 행복으로 꽉 찬 충만이었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이 풍경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최고의 산책이 끝났다.

저녁은 담소에서 먹기로 했다.

담소는 암스텔베인에 세 개 있는 한국 식당 중 하나라고 했다.


담소 입구


손님이 많았다.

내 가게처럼 기분이 좋다.

어쩌다 이 앞을 지날 때

다른 가게만 북적이면 은근히 걱정되고 속이 상했다.


순두부찌개와 치킨을 시켰다.순두부찌개가 얼마나 맛있는지 사진찍는 것도 잊고 하머터면 영혼까지 팔아버릴 뻔했다.


깔끔한 상차림과 맛있는 김치


나를 닮아 외출을 귀찮아하는 딸은 종종 치킨을 주문했다.딱 한군데 담소에서만 치킨을 만드는데 다른 음식은 배달이 안되고 치킨만 한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치킨 상자한글에 감동했었다.


우리말!

우리글!

우리나라!

우리나라 사람!


딸과 팔짱을 끼고 돌아오는 길의 반달


사진 찍을 때 흔들려서 살짝 고흐 그림 분위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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