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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서재 Apr 07. 2025

단지 그 맛을 잘 모를 뿐이야

잠 못 드는 밤, 너에게 쓰는 편지

세상을 스펙트럼화한다면 간단히 세 영역으로 나뉠 것이다. 카지노 쿠폰 것, 싫어하는 것, 그리고 그사이 흐릿한 어떤 것.

- 청예,『오렌지와 빵칼』


‘넌 무슨 색을 좋아해? 어떤 음식이 좋아? 카지노 쿠폰 가수는? 노래는? 영화는?’

너는 단번에 대답할 수 있는 ‘카지노 쿠폰 것’이 있어?


나는 무엇을 좋아하냐는 질문이 참 어려웠어.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유달리 카지노 쿠폰 것도 없었거든. 세상은 그저 나에게 ‘그사이 흐릿한 어떤 것’으로 가득한 곳이었어.

그런데 친구들도 어른들도 뭐가 제일 좋냐고 자꾸 물어봐. 그럴 땐 ‘다 좋아, 특별히 싫어하는 거 없는데.’라고 말하곤 했어. 그런 뜨뜻미지근한 대답을 카지노 쿠폰 사람은 없었어. 자라면서 흐릿한 나 자신이 시시하고 재미없단 생각을 하곤 했어.


당시에는 좋은 것과 싫은 것의 경계가 뚜렷한 친구들이 마냥 신기했어. 그 명확한 확신이 부럽기도 했어. 내가 흐릿한 무채색이라면 그 아이들은 화려하고 선명한 유채색 같았거든. 그 속에서 나도 나만의 카지노 쿠폰 것을 만들어야만 했어. 내가 무엇을 카지노 쿠폰지도 모르는 채 말이야.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흐릿한 어떤 것’들 중에 대중적인 것을 몇 개 골라 ‘좋아하는 것’으로 승격시켰어. 그즈음 나는 주황색과 떡볶이를 좋아하고 힙합 듀오 듀스와 그들의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어. 일단 좋아하는 것을 정하고 나니, 내 생활은 그것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어. 주황색 책가방과 필통을 사고, 분식집에서는 늘 떡볶이를 먹고, 음악은 언제나처럼 듀스의 ‘우리는’이었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것들을 진짜 좋아하기 시작했어. 하나의 취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어.


하지만 나는 원래 경계가 모호한 사람이었잖아.

주황색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주변이 온통 분홍색인 거야. 그러다 조금 지나니 보라색 천지였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초록색까지 가세했지.

떡볶이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는데 딱 그만큼 어묵꼬치도 자주 먹어. 튀김은 말할 것도 없고.

쇼미더머니를 카지노 쿠폰지만 아이유도 카지노 쿠폰고 산울림도 좋아해. 나머지 K-pop은 말할 것도 없지.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흐릿한 어떤 것’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것들로 넘어와 버렸어. 어느 순간 나는 취향이 부자인 사람이 된 거야. 아니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르지. 단지 그걸 알아내기 위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을 뿐이야. 굳이 ‘특별히 좋은 것’을 구분 짓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 삶이 다채로운 사람, 한 가지 유채색이나 단순한 무채색이 아닌 알록달록 다양한 빛깔을 내뿜는 사람, 그게 바로 나인 거지.


그리고 그게 바로 너인 거지!


물론 점점 확고해지는 취향이 있기도 해. 예를 들어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고 샤르도네보다는 리슬링이나 쇼비뇽 블랑을 좋아해. 그렇다고 레드 와인을 싫어하는 건 아니야. 단지 그 맛을 잘 모를 뿐이야. 언제가 그것들도 ‘좋아하는 것’들로 승격될지도.


자, 이제 너에게 물어볼게. 너는 어떤 것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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